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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좋아함, 나의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가을기_ 2024. 6. 24. 02:53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좋아함, 아름다움, 사랑, 낭만, 그것은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목적이다. 혹자는 낭만이 밥먹여주냐 싶겠지만, 역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자본주의가 대세가 된 현대 사회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이들도 많고 스스로도 흔들리는 일이 많이 있으나, 결국 내가 돌아봤을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 월급을 받았을때나 매출을 일으켰을 때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순간들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이가 몇이나 들어도 현실에 메이지 않고 감상에 젖어들 수 있는 그릇을 지켜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일테니.
 
 

1. 이야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현미경

왼쪽 위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 남아있는 나날, 소울, 한자와 나오키, 86 - 에이티식스, 합격 시켜주세용. 일부러 매체별로 모아봤다.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고난들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니체의 말마따나 고난을 통해 겪는 고통, 그로 인한 성장은 우리에게 지혜와 성숙함을 안겨준다. 그렇게 얻어낸 경험은 우리의 마음에 남아 이후의 갈림길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아쉽게도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시한부 인생 혹은 전쟁은 겪고 싶지도 않고, 사후 세계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온전히 상상의 영역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는다면 전쟁의 참혹함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죽음에 대한 상상을 해보지 못한다면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 우리는 행복을 뒤로한 지난 날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온전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시대, 전혀 다른 상황, 전혀 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야기 속 전쟁과 복수극, 시련과 갈등을 대리경험한 감정은 온전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이야기를 접하기 전과 비교해 다른 사람이 되게 해준다. 이야기를 통해 경험하는 많은 감정에 대한 이해는 현실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다.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재미있어서.
 
 

2. 사진,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는 방법

https://www.instagram.com/sunmyeong814.photo

사진을 찍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준 사람의 말을 항상 새긴다.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면’에 집중하세요. 구도와 빛은 그 도구일 뿐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지금도 사진을 찍으려 할때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오감과 행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에 집중하려 할 수록 나의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으니.
 

3. 언어공부, 온전히 다른 내가 되어보는 경험

왼쪽은 중국어 / 오른쪽은 일본어

한국의 낭만이라는 표현은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romance를 浪漫(ろうまん, 로우망)이라 번역한 것이 시초임을 아는가. 이 단어를 읊을때 마다 19세기말의 소세키와 일본이 끼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말은 이미 유명하다. 각자의 언어가 각각의 세계관을 뜻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때, 우리가 쓰고 있는 한국어가 어쩌면 한국인들의 한계를 규정지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조선시대부터 삼국-고려-조선을 겨처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있을 것이고, 이 좁은 사회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고유한 규칙들과 세계관이 지금의 한국어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한국어를 구사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이 규칙들과 셰계관에 동화되게 된다는 생각이다.
우연히 공부하게 된 일본어에서 다른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어의 표현에는 辛い(つらい)와 幸せ(しあわせ) 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보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독자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획수로 1획 차이다). 뜻을 풀어쓰면 辛い는 괴로움, 幸せ는 행복을 뜻한다. 고통에서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옛 일본인들의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놀라웠다.
다른 표현으로, 힘든 일이 없다는 뜻의 無難(むなん, 무난)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보자, 무난이라는 표현은 보통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할때나 쓰는 말이고, 실제로 무난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無를 有로 바꾼 有難(유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를 일본인들은 ありがとう(고맙다)라고 읽는다. 고통, 고난, 재난등은 보통 싫은 일들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을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고대 일본인들은 세계를 이렇게 바라본 것이다.
이는 중국 한자에 자신들의 세계관을 담아낸 일본어만의 특징이다. 그저 중국어로는 고맙다는 뜻의 谢谢라고 끝났을 표현이 일본만의 세계관과 철학으로 이어진 것이 언어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반대로 지금 공부하고 있는 중국어에는 시적인 표현들이 많다. 抓住~尾巴 라는 표현이 있다. 풀어쓰면 발자취를 좇는다는 뜻이다. 예문으로 我们抓住夏天的尾巴, “우리는 여름의 발자취를 좇고있다”는 뜻이 된다. 여름이 끝나가는 것을 표현하는 중국어만의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시인들이 많이 있던 중국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표현이다.
이렇게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 나라의 세계관, 규칙과 철학을 흡수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나에서 벗어나서 다른 내가 되어보는 과정이다. 이를 앞으로도 즐길 수 있길.
 
참고 영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M_pF4a_TxmU

https://www.youtube.com/watch?v=W-Ny-eRfCRg

 
 

4. 우연한 만남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항상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덕분에 생겨나게 된다. 게스트하우스, 술집 혹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친해지는 우연에서 그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 남이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내게는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감정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쌓게된 감정은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로 공부하게 된 언어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용기를 주었다. 사람이 너무나도 두려웠던 내가 공부한 언어를 어떻게든 써먹고 싶어서 한 행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에 가는 것 이었고 그것이 때로는 술집, 때로는 게스트하우스였다. 그러한 경험은 제 아무리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인 이상 다른 인간과 감정을 나눌때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음을 여행과 언어를 통해 알게되었다. 앞으로도 인생이란 여행에서 내가 만나게 될 사람은 또 누가 있을지를 생각하면 이제는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5. 웃음

https://youtu.be/SUBQC_ZWEKk?si=y32TL--qQFyv6xX

컨셉 랜덤통화로 큰 웃음을 주시는 유튜버 의문의 도라이

태어난 이상 행복하고 싶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그런 만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한다. 즐겁고 기뻣으면 한다.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이 웃는 것일 것이다. 웃음을 전파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나 웃을 수 있길,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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