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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영화

룩백 - 재능이란 무엇인가

가을기_ 2024. 10. 1. 14:42

 

1) 재능이란 무엇인가.
선천적으로 갖게된 능력과 후천적 훈련으로 획득하는 능력이라 익히 알려져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타고난 소질"로써 사회는 인식한다. 흔히들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재능"을 떠올리지만, 그 뒷면의 노력이 흔히들 무시되곤 하는 경향이 있다. '저 사람은 재능이 있었으니 성공했고, 나는 없으니까.'

2) 그런데 재능이란 누가 정하는걸까.
후지노는 처음에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자기가 재능있는 줄 알고 우쭐댄다. 그러다가 두둥탁 등장한 쿄모토의 그림, 후지노는 벽을 느끼고 2년간 주구장창 그림만 그린다(그 원동력은 쿄모토를 이기겠다 였을까, 그저 만화를 그리는 순간의 몰입이 즐거워서 였을까). 그럼에도 스스로가 느낀 좁히지 못한 격차. 가족들도 친구들도 만류한다. 쿄모토와 비교하면 너는 재능 없다고, 졸업식날 우연하게 만나게 된 쿄모토의 대사가 일품이다. "저 선생님 팬이에요, 선생님을 보며 벽을 느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만화를 잘 그려요"

3) 후지노와 쿄모토의 차이는 관심과 세계관의 차이
각 두 주인공의 만화의 차이는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후지노에겐 서사, 이야기가 있었다. 항상 인간이 등장해서 그 곳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서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림 연습 교본들도 모두 "인체 골격 그림". 반면 쿄모토의 만화에는 자연 경치, 마치 풍경 사진이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다. 이는 나중에 순수 자연미술로 대학 진로를 결정하는 것으로 더 부각된다. 각 캐릭터의 성격적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후지노 -> 나름 인싸. 친구들 많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쿄모토 -> 히키코모리,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니, 인간끼리의 서사보다 배경을 중시. 여기서 사람들이 가진 것은 그저 흥미 혹은 관심이고, 얼마나 사람들이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재능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사회로부터의 평가란 것이다.

4) 룩백의 의미
후지노와 쿄모토, 서로가 서로에게 큰 자극을 받는 존재들이었다. 쿄모토가 있었기에 그 등을 따라가보겠다고 그림을 무진장 연습한 후지노, 후지노의 등을 따라가며 사람들이 있는 사회로 나오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는 쿄모토. 함께있어 좋기도 하고 성장도 많이 해왔지만 궁극의 행복을 위해선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한다. 인간관계란 흐르는 물과도 같아서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고 그것을 억지로 붙잡으려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의 등을 바라보는 우리 관객들. 지금 당장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잠깐 함께이지만, 언젠가 각자의 길을 갈 날이 오는 것을 상징하듯이, 그리고 그렇게 헤어졌던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위로하듯이.

5) 비극적인 사건
흔히들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의 비극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때마다 다들 “내가 이러지 않았으면, 저러지 않았으면 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텐데”와 같은 말을 되뇌이곤 한다. 너무나도 아픈 사건을 마주했을때 자신이건 타인이건, 누군가를 탓하면 그 아픈 감정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으니까. 이에 대한 화답으로 쿄모토의 4컷 만화가 말하는 듯 한다. ‘후지노가 날 방밖으로 꺼내지 않았어도, 자신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라고. 그 말에 후지노도 용기를 얻은 것으로 보았다. 어쩔 수 없는 비극에 충분히 슬퍼하고,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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