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기 Workspace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생각정리/책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을기_ 2024. 5. 4. 22:11

!!! 스포일러 주의 !!!


1)
인생의 공허함, 그저 마음을 채우려했을 뿐인 자, 데이비드. 아이였을때부터 존중받은 적 없던 그는 자신이 수치스러웠을까. 남자씩이나 되서 꽃이나 수집하고 다니는 걸 가족들이 부끄럽게 여기니 수치스러웠을 그에게 "성스러운 선교행위"라는 의미부여는 구원과도 같았을 것이다.

2)
선지자가 혹여나 사기꾼이거나,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무의식이 믿어버리는 자를 의심하기란 인간은 쉽지 않다(현실에서도 사이비라는 형태로 종종 일어나지 않던가.). 그에게 어류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오로지 인생의 전부였다. 혼돈으로 넘치는 이 세상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러니 아내가 죽고 딸이 죽고 친구가 죽을때마다 "이름"을 더 열심히 붙이는 것으로 도망친다.

3)
이런 이들은 겉으로 봤을땐 굉장히 빛나보인다. "확신"에 차있는 모습은 마찬가지로 인생을 방황하는 자들에게 마치 길을 안내해줄 수 있는 선지자로 보인다. 그러나 주의해야한다. "확신이 서면 의심하라. 지나친 확신은 위험하다" 라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근거없는 믿음은 위험하다. 그 믿음에 대한 공격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섹스투스 엠피리쿠스가 그토록 "회의주의"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4)
혼돈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 같다. 누군가에겐 꿈과 목표를 정하고 그 과정에 이르는 작은 목표를 달성해나가면서. 어떤이는 살아가는 규칙과 타인과의 선을 만들고 지키면서. 또 누군가는 아예 살아가면서 신, 선교자, 인생의 선배, 혹은 배우자나 가족이 정해준 가이드라인과 규칙을 지켜가면서. 나는 묻고 싶다. 그것으로 당신은 그 혼돈을 온전히 극복할 수 있었는지.


5)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왜곡될 수 있다. 물고기를 믿었던 것처럼. 문명 이전 동굴에 살던 시기부터 횃불의 그림자를 짐승이라 착각해 두려워했던 호모 사피엔스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의심해야한다. 추론에 그릇됨은 없는지, 전제자체가 잘못돼진 않았는지. 그리고 결론은 지금은 모르더라도 나중에 오류라 증명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음이 지혜일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과학적 회의주의라 부른다.

Comments